용산엔 사람이 있습니다.
6개월이 다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용산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진 자들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용역깡패들과 그들을 호위하는 경찰들 숲 너머로 가면
용산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분향소 옆에 차려진 천막. 누추하고 남루하지만 그 안에는 조용한 결의가 가득 차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해 온 문정현 신부. 마치 분향소를 호위하는 자리같이...
아니 분향소를 호위하는 자리가 분명합니다.
그곳에 가진 자들의 이익을 위해 눈먼 살인 개발정책에 온 몸으로 맞서며 예수의 삶을 따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네, 바로 그 문정현 신부입니다.
그를 지키는 하느님을 믿기 때문일까요?
미소 지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그 모습에서는 용역과 경찰들에게 맞설 때의 투사모습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분향소 앞.
한바탕 비가 쏟아진 후 비닐 지붕을 걷어내고 잠시 쉬는 사이...
유가족들은 지친 몸과 마음으로 잠시 쉴 때면 온갖 상념이 넘쳐납니다.
용역이 나서서 주먹을 휘두를 땐 멀거니 쳐다만 보는 경찰이, 용산철거민들이 하소연을 하려고
목소리를 조금만 높여도 떼로 몰려옵니다.
도대체 이 정부는 이들을 국민으로 생각하기나 하는걸까요?
유족들은 지치고 힘들어도 찾아와 주는 사람들을 보면 힘이 납니다.
잠시 호흡을 고르며 상념에 빠져드는 찰라, 다시 찾아 온 낯 익은 분들에게 미소로
인사를 합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미소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끝까지 싸울 수가 있습니다.
용산참사 현장 길가에 화분들을 모아 꽃길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이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걸, 행복하게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제발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 중에 분향소 앞에 놓여진 꽃 하나를 그렸습니다.
꽃 이름을 몰라 물으니 '게바라'라는 꽃이라고 알려주네요.
나중에 확인해보니 게바라의 꽃말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신비한 사랑'이네요.
도대체 정부는 3000쪽의 사건목록을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내놓지 않는걸까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신비한 사랑으로 맞서고 있는 사람들이 용산에 있습니다.
꽃 이름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용산주민입니다.
대책위 분들에게 들으니 저 꽃들도 한바탕 수난을 겪었다고 하네요.
꽃들은 놔두고 화분을 올려놓은 받침대들을 '불법 설치물'이라며 철거를 해갔답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나무로 짜서 받침대들을 만들었다는군요.
한편,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 분이 꽃집인줄 알고 가격을 물어보기도 했다네요.
그렇게 용산참사현장에는 사람들 사는 이야기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용산참사현장을 스케치하며 다니는 사이에
유가족들과 함께하는 문화행사가 오늘도 열렸습니다.
집회공연은 처음이라며 오늘이 집회공연 데뷔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데뷔공연이라 떨리고 실수를 할지 모르겠다는 인사말과 달리 흥겨운 노래로 울림을 줍니다.
멀리 전주에서 올라온 전주 재활용 노가바 밴드 '질러'라는 팀이 신나는 노래를 합니다.
서너 분이 와서 신명나게 불렀는데 노래에 빠져서 그리기를 잊고 있다가 한 분 밖에 그리지 못했네요. ^^*
유가족 분들과 대책위 사람들 속에서 유쾌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유가족분들도 슬픔을 잠시 잊고 찾아온 손님들과 함께 흥겨운 시간을 가져 봅니다.
가끔 노래에 맞춰서 요구사항도 외치고 응원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운을 얻습니다.
들고 있는 저 종이엔 무어라고 써있을까요? 여러분도 함께 넣어보시기 바랍니다. ^^*
아이들도 흥에 겨워 장단을 맞추며 놉니다.
주변의 경찰들의 경고방송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그러려니 하며 자신들끼리 장난을 치며 문화행사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하니 나름대로 제법 폼을 잡고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과연 저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명박 정부는 궁금해 하지 않겠지요?
흥겨운 노래와 함성소리가 못마땅했던 것일까요?
경찰들 움직임이 갑자기 분주해지더니 요상한 차가 도착했습니다.
아하~! 해산을 선동하는 차더군요. 저 안에서 경찰이 나오더니 외칩니다.
"여러분들은 문화예술행사를 빙자해서 구호를 외치며 불법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즉시 해산해 줄 것을 1차 경고합니다~!"
문화예술행사에서 추임새로 구호를 터져나오니 불편한 모양입니다.
민주국가의 기본권인 집회자유를 막기위해 이리저리 얽어놓은 자신들의 법망이 부조리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걸까요?
저 차량을 그리다보니 현 정부의 모습이 딱 저렇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만을 들으라고 강요하는 수많은 스피커들. 온통 입만 남아있고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귀는 꽁꽁막고 철벽안에 숨어 있는 모습이라니...
명박산성을 지키는 괴물이 딱 이름에 어울리겠지요?